에세이/치유하는 글쓰기

치유하는 글쓰기 -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 쓰기

Aaron's papa 2021. 7. 23. 00:00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무렵 갑자기 일기를 쓰고 싶어 졌습니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그저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그리고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일기를 써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 의미 없는 문장과 단어의 나열 보다는 그래도 의미 있는 글을 만들기 위해 일기가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너무 어렵고 복잡하지 않게, 그리고 힘들지 않게 (일기를 쓰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힘듦을 만들어 내선 안되기 때문에) 일기를 쓸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냥 하루 일과를 담담하게 적고, 내가 느낀 감정들을 쭉 써보자고 생각 했습니다. 

 

지금 작성한 일기들을 다시 보면 문법도 안 맞고 단어도 이상하고 글 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의 것이 아닙니다. 그냥 생각의 흐름대로 썼기 때문이죠. 담담하게 일어난 일을 쭉 쓰다가 갑자기 감정을 드러내고 폭발하는 표현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지 않나요? 어차피 일기는 나만 보는 거니까요. 그리고 오히려 이런 형태가 그 날의 나의 감정이나 하루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감정을 폭발 시킨다는 건 그만큼 힘들었다는 뜻이기 때문 입니다. 그냥 이렇게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을 쓰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형식 같은 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내가 느낀 그대로를 쓰기로 했습니다.

 

일기의 가장 큰 주제는 바로 나는 오늘 뭘 했지? 그리고 어떤 감정을 느꼈지? 였습니다.

아래는 제가 처음으로 쓴 일기의 한 부분 입니다. 이런 일기를 쓴 덕분에 앞으로 몇년후의 저는 제가 어떤 힘든 시간을 겪었는지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일기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XXXX 으로의 첫 출근 날이었다. 
생각보다 첫 출근은 힘이 들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익히는 것, 인사하는 것 모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힘든 하루였다.
문득 XXXX로 이직했던 첫 날을 생각해본다. 
그 때는 어땠지? 그 때도 오늘처럼 힘들었었나? 
첫 출근 해서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때의 감정은 어땠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힘들었다는 것을 감정으로만 느끼지 않고 글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내가 힘들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게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하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뭐랄까,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거든요.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힘들었다는 그 감정을 글을 통해 녹이니 조금 수 그러 들기도 하고, '그래 오늘은 이런 일을 겪었고 그래서 힘들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화를 마음에 쌓아 두면 결국 나중에는 폭발해 버려서 감당할 수 없는 화가 되어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지금 일기로 옮겨 놓은 나의 감정도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이라는 것을 통해서 마음에 쌓아 놓은 감정을 밖으로 꺼내 놓고 없애 버리는 거죠. 물론 일기를 쓴다고 해서 감정이 바로 사라지진 않습니다. 다만, 나의 하루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내가 느꼈던 감정의 원인들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나를 힘들게 했던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그게 왜 힘들게 했는지를 알게 되는 건 그저 감정으로만 남겨 두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주었습니다. 

 

여러분도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일기를 한 번 써보시길 권장합니다.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건 스스로에게 좋은 경험이 되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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