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치유하는 글쓰기

치유하는 글쓰기 - 들어가며

Aaron's papa 2021. 7. 16. 00:54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속에 아픔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죠. 술을 마시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아픔을 치유하기 노력합니다.

 

요즘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명상이라는 것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마음 챙김 명상, 초월 명상 등등 명상도 다양한 종류를 가지고 있고 각자에게 맞는 명상의 방법을 찾아서 시도해 보곤 합니다. 저 역시도 명상에 도전해 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 책을 읽었고, 그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의 명상을 시도해 봤지만, 뭐랄까 저에게는 명상에 대한 재능은 없는 건지 책에 나온 것들처럼 멋진 경험이나 아픔이 치유되는 경험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내 안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고 계속 아파하고 있던 그 시기에 우연하게도 만났던 것이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글쓰기를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요 몇 개월간 저는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원했던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는 기회를 얻었지만, 이직 후 제가 느꼈던 스트레스들은 그 여파가 상당했죠. 매일매일 자괴감에 빠져 살기도 했고, 후회의 감정에 빠져서 헤어 나오질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그 여파는 조금 남아서 저의 마음을 폭풍과도 같이 어지럽혔다가, 평온한 바다처럼 잔잔하게 만들었다가 하면서 조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저히 이렇게 살 순 없겠다 싶어서 다양한 시도로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자 했던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명상, 마음 챙김 등등 마음과 관련된 책들을 정말 일주일에 한 권씩 읽었죠. 하지만 그런 시도들도 저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시기에 시도해 본 것이 바로 글쓰기 였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일기 쓰기였습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낯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제가 일하고 있는 업무 영역에서 다양한 글을 쓰고 있고, 운이 좋게도 두 권의 책을 내기도 했죠. 이렇듯 글쓰기는 저에게 생활의 한 요소이자, 꽤 오랫동안 함께 해온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써왔던 글들은 모두 업무와 관련된 전문 지식을 정리하는 글이었죠. 긴 시간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고, 지식을 습득한 후 그것을 잘 정리해서 글로 써서 공개하면 그 짜릿함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버릴 정도로 아주 강력했죠. 하지만 이런 작업은 후폭풍이 제법 큽니다.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기도 하고, 글을 쓴 후 느낀 성취감은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방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왜 일기였을까요? 마음이 너무 힘들고 괴롭던 어느 날 갑자기 지금 나의 모습, 생각, 기분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강렬한 끌림을 느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 전에도 일기라는 건 한 번도 써본 적 없었고, 어렸을 때도 일기라는 것은 그저 하기 싫은 다양한 숙제 중 하나에 불과했거든요. 하지만 그날따라 좀 달랐습니다. 무슨 바람이 분 건지 노트북을 켜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조금씩 조금씩 저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일기를 쓸 때는 그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를 기록해 보자 였는데, 하루하루 쓰면서 쓰고 싶은 내용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나는 왜 힘들까?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거지?" 라는 것들을 의식의 흐름대로 두서없이 쓰면서 조금 더 제 마음속에 가까이 갔다 온 것 같습니다.

 

글쓰기에는 힘이 있습니다.

머릿속에 쌓여 있던 지식들이 글로 표현되면 뭔가 더 생동감 있고 살아있는 지식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나의 감정, 아픔, 생각들을 글쓰기를 통해서 내 머리 밖으로 끄집어 내니 뭔가 더 명확해지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알게 되면 치료법이 명확해지는 것처럼, 내 마음을 글을 통해 바라볼 수 있게 되니 한결 마음이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치유라고 할 것까진 아니었지만, 그래서 그랬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이런 과정들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아픔을 치유해 나갔던 것 같습니다.

 

이제 지금은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있진 않습니다.

마음의 상태도 처음보다 많이 평온해졌고, 무엇보다 일이 바빠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했던 이 치유의 기록들을 어딘가에 남기고 저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바로 보게 되고, 아픔을 직시하게 되며,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조금씩 치유해 나가는 것. 이 경험을 꼭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습니다. 짧은 글쓰기 실력이지만, 앞으로의 글들을 통해서 저의 경험들을 나눠 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하는 치유하는 글쓰기. 이 글이 치유하는 글쓰기라는 주제로 쓰는 첫 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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